Sailor Moon - Luna Robot Cat 나는 클래식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ft. 세카이노 오와리) - 미국사람 바로코의 좌충우돌 이야기
미국사람 바로코의 좌충우돌 이야기
작성일
2024. 10. 28. 05:31
작성자
지쇼쿠 바로코

나는 본래 클래식 밖에 몰랐던 골통분자였다. 그냥 학창 시절에 음악, 아니 더 좁게 말하자면 현대음악을 제외한 클래식이 좋아서 결국을 작곡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백퍼 후회 중이다. 게다가 무조음악을 써야만 했던 4학년은 그야말로 지옥 그 잡채. 미국에 짐을 다 보내버리고 교회 아는 집사님 댁에 머물면서 현악 4중주를 쓰다가 연필을 집어던지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하였다.

 

스포티파이에서 세카이노 오와리의 노래들을 들으며 이 글을 작성 중. 쓰레드에서도 썼지만 나를 알고 있는 한국의 모든 분들은 이러한 나의 음악 취향을 보고 분명 '내가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네?' 이런 반응 나올 게 뻔하다. 조금 전에도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본래 14곡의 한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 노래들이 있지만 유행의 흐름을 타고 싶어서 로제 아파트를 메인으로 집어넣었다.

 

이런 나를 두고 혹여나 카카오톡 상에서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목사님들 교우분들께서 탐탁치 않게 생각하실까 살짝 염려도 된다. 혹여나 그렇다 하더라도 나에게 티는 안 내시겠지. 그리고 어디선가 설교 하시면서 간접적으로 둘러대며 비난하시겠지. 그렇게 하시든지 말든지 나는 상관 안 한다. 클래식이 오히려 나를 바보로 만들었으니까. 그 대도않은(?) 파이프 드림 때문에 나의 찬란했던 20대는 순식간에 시간 낭비 & 허송세월이었다.

 

학사 학위 받은 건 뭐 어쩔 수 없었지만 그 때 좀 더 빨리 현실을 직시했더라면 지금처럼 고생은 덜 했을 텐데... 하지만 이 또한 이미 벌어진 일들이니까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조금 전에 쓰레드에서도 누군가가 클래식은 대중음악보다 더 친숙하다고 썼기 때문에 열받아서 쓰는 것이다. 대중음악은 잠깐 유행만 지나면 잊혀지는데 클래식은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꾸준하게 사랑받는다고.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소위 클래식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태도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분야와의 타협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 사고방식을 대부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현상은 한국 클래식계가 다른 나라보다 더 심각한 편인데 부끄럽지만 나도 대학 시절 한 때 이런 부류이기도 했다. 그래서 사실 나는 한국 가요나 연예계 이런 쪽에 대해서는 무지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친구들 티비 볼 때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혀서 KBS 1FM 들으면서 공부하고 컴퓨터 하며 시간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천 년 대 초반부터 컴퓨터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나는 오히려 그때부터 슬슬 한국으로 개방되기 시작한 일본 애니나 제이팝들을 접하여 알게 되었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음악인들 문제도 있고 근본적으로는 클래식 자체가 감상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점도 나를 클래식과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나마 예외적으로 바로크 음악은 지금도 가끔 가다 듣는 편인데 이건 감상 시간이 다른 음악들에 비해서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삼십 분 이상이면 나는 집중력이 금방 흐트러져 버린다. 비슷한 이유로 재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세카오와의 노래들을 듣는데(아예 스포티파이에서 트리라는 앨범을 재생 중) 내가 이 동갑내기 밴드를 좋아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서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음악에 대해서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준다는 것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피아노를 맡은 사오리는 일본 명문 음대 출신으로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다른 밴드의 대부분의 건반주자와는 확실히 구별되고 화려한 기교를 종종 선보이다. 한국 같으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조합이다. 클래식 피아노 전공한 사람이 밴드 한다고 하면 손 배린다고 하고(내가 실제로 직접 들었음) 사람을 깔보고 깎아내리는 반응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외국에서는 클래식 이론과 실력을 기본으로 쌓은 채 대중음악 활동을 하면 오히려 더 인정해 주는 분위기인 걸로 안다. 연주하는 사람도 자신이 어느 밴드 같은 곳에 소속되어 있는 걸 수치가 아닌 자랑거리와 자부심으로 느끼고 사오리처럼 밴드와 잘 융합만 된다면 주변에서도 높이 평가해 주는 편이다.

 

다시 세카오와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제이팝이라는 장르 자체가 엔카 같이 어떤 특색이 한 가지로 통일된다고 딱 잘라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어제도 이들의 대표곡들을 나열했지만 곡들마다 다양한 개성들이 존재한다. 이건 바로 편곡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인데 불꽃과 숲의 카니발 같은 경우는 실제 취주악단의 들어가는 반면, 비교적 최근에 나온 타임머신은 편안하고 안정된 반주가 포인트고, 또 여전히 히트 중인 Habit은 '이게 라이브가 가능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또 나름대로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리고 블루 플라워라는 곡에서는 아예 바흐의 키보드 협주곡을 차용해 반주로 썼다.

 

비록 일본어에 능통하진 않지만 나는 제이팝을 통하여 또 언어 공부도 하고 때로는 필사까지 한다. 세카이노 오와리 하면 또 동화같은 느낌의 가사들이 또 매력의 포인트인데 이것이 바로 팬들의 평균연령까지 낮추는 긍정적 효과까지 가져다준다. 그야말로 아이부터 어른까지(어르신 쓰다가 지웠음 ㅋ)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들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

 

진짜 살아생전 콘서트라도 한 번 가면 진짜 찐 덕후인데 그게 안되니 아쉽기만 하다. 앞서도 말했듯이 내랑 동갑이라 더 짠한 마음도 있고 여전히 현역으로 잘 활동해줘서 대견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게다가 End of the World라는 명으로 팝송 영역까지 활동범위를 잠시 넓혔던 것도 칭찬해. 이것도 계속 이어가면 좋을 텐데 세카오와 본체도 그렇고 거의 일본 내에서만 활동하는 분위기인지라.... 진짜 세카오와 때문이라고 일본에 함 놀러라나마 가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이다.

 

유튜브 영상은 저작권 때문에 그냥 스포티파이랑 유튜브 공식 채널 링크로 대신

 

 

스포티파이: https://open.spotify.com/artist/7HwzlRPa9Ad0I8rK0FPzzK?si=PaeCkciPRQ-yHEgDs8xMTQ

 

SEKAI NO OWARI

Artist · 3M monthly listeners.

open.spotify.com

 

 

유튜브: https://www.youtube.com/@SEKAINOOWARIch

 

SEKAI NO OWARI

 

www.youtube.com

 

 

대표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