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시작한 미국 생활도 벌써 어느덧 17년째. 남들에게는 쉬이 말할 수 없는 이런저런 여러 아픔들과 회복의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조차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가질 수는 없었기에 나는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평생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외면을 받아서 남들이 결코 가르쳐 주지 않는 미국 평생교육의 장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낮은 진입장벽
영어를 제2 외국어로 구사하는 학생들이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대학에 진학을 하려면 토플이나 아이엘츠 같은 영어구사 능력시험을 보아야 한다. 사는 지역에 따라서는 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시험도 있는데 오래전에 이걸 보고 쓰라린 고배를 마셨다는...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서는 그럭저럭 공부에 적응 잘하고 좋은 성적도 받고 왔지만 막상 앞서 말했던 오랜 공백기간을 거치고 난 뒤 그 시험을 보게 되니 시험장에서 느끼는 그 긴장감은 다른 학생들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다가왔길래 시험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리스닝인데 시험을 치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집중력은 금방 흐트러져 버린다.
이런 내가 무슨 수로 토플이나 아이엘츠를 볼 수 있을까. 게다가 이렇게 유창하게 글을 잘 쓰는 것과는 달리 스피킹도 막상 실전에 가서는 기본적인 문법마저 틀려버리고 말을 더듬더듬하게 되니 스피킹 영역조차도 나에게는 커다란 짐이요 부담감일 뿐이다.
이런 나의 사정도 모르고 누구는 내보고 시작도 안 하고 겁부터 먹는다고 하는데 그럼 당신이 영어 시험 치세요.
하지만 평생교육원에서의 공부는 내가 이방인이라고 해도 절대로 애초부터 영어 능력 시험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어가 초보인 사람도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결코 아니다.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만 모든 과정들을 무난하고 순조롭게 이수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모교에 있는 어학교육원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사실 2016년에 처음 시작할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어지러워요'라던가 식당에서 '컵 좀 주세요'라는 말조차도 못 할 정도였으나 몇 개월 만에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나니 말이 트이고 안 들리던 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편안한 미국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또 다른 분야에서 하게 되는 여러 가지 공부들도 무난하게 해올 수 있었다.
2. 학비가 저렴함
위의 사진에 첨부된 과정도 그렇고 부트캠프도 그렇고 특수 분야 쪽에는 몇 천 불씩 들지만 평생교육 대부분의 과정들은 저렴한 가격에 혹은 공짜로 수강할 수 있다. 2017년에 위의 테크니컬 라이팅을 들을 당시에는 천 불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는데 저소득층으로 살다 보니 부모님께서 먼저 결제해 주시고 이후 내가 몇 달에 걸쳐서 몇 백 불씩 부모님께 돈을 갚아드려 학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공부를 해서 특별한 직업을 구하는 것도 아니기에 해당이 없지만 웹사이트에 따라서는 수료증을 받기 위해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들도 있다. 하지만 나랑 아무리 상관없다 해도 바로 눈앞에 보이는 가격들을 보면 나름 합리적이고 직업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거라면 충분히 낼 만한 값어치와 메리트가 있다는 게 느껴진다.
3.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함
1번과 2번에 연결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퀴즈나 시험을 망친다고 해서 학점에 대미지가 가거나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정신적인 면에서도 평생교육 공부는 일반 대학에 비해서 짐을 덜 진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평생교육 공부에도 학점과 비슷한 개념이 있긴 한데 내가 생각보다 그럭저럭 잘 따라가서 그런가 점수가 아예 낮게 나와서 수료증이 안 나오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만약에 내가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 젊은 친구들과 경쟁을 한다고 상상을 한다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만약에 시험을 망치거나 fail을 하게 된다면 거기에서 겪게 되는 정신적 스트레스 내지 트라우마 등을 온전히 잘 감당해 낼 자신이 없다. 아마 그렇게 된다면 대학 진학 자체를 후회와 저주로 여기게 될 게 뻔하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정식 학생이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하고 시도조차 안 한 게 오히려 나에게는 잘 된 일인 듯하다.
물론 꼭 이것 때문에 정식 학교에 못 들어가는 것만은 아니다. 그 외에 더 큰 이런저런 이유들 때문에 사실상 나는 미국에서 학부나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없다. 차라리 일본을 비롯한 제3 국에서 유학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지만 이런 기회가 나에게 꼭 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내일 일도 모르는 판에 지금처럼 매일 작은 습관들을 하나씩 꾸준하게 실천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리라 확신한다.
오 년 뒤 십 년 뒤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지 브라보 인 마이 라이프!
4.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음
대학에서 어떤 특수 분야를 전공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만 지식이 빠삭할 때가 많다. 하지만 평생 교육 공부는 나에게 맞는 분야부터 찾는 거 자체가 모험이다. 사실 백내장 수술하고 새 삶을 살겠다고 여러 과정들을 찾아볼 때만 해도 나는 나의 적성에 무슨 분야가 제일 잘 맞는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원래 전공인 음악 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가만히 돌이켜 보고 블로그도 하다 보니 내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대충이나마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나의 MBTI 성향마저 바꿔버린 큰 일도 치르고 하다 보니 이제는 진짜 빈말이 아니라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할 판이다.
게다가 올해만 지나면 30대도 끝인데 지금 내 나이라면 사실 어떠한 분야에서 빛을 한창 발할 나이이고, 연륜이 쌓인다 잘한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진정으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 다니며 가정을 돌본다는 건 내 삶에 있어서 감히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은 이러한 나를 이미 포기하셨다.
나 또한 이런 나 자신이 밉지만 모든 일과 사람들과의 만남은 전적인 하나님의 손에 달린 거니까 여기에도 분명 그분의 뜻이 계시리라 믿는다. 참고로 거의 두 달째 edX에서 하버드 CS50 수강 중인데 잘 시작한건지 아직까지도 긴가민가하다. W3 같은 다른 웹사이트들과 병행하면서 계속 듣다보면 언젠가는 깨달음이 오겠지. 오늘도 화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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