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 한인타운이 있어서 한인 약국을 이용할 법도 한데, 우리 가족은 그냥 가까운 집 근처 미국 약국을 이용하고 있다. 극내향인인 나로서는 사실 어디에 전화 걸고 응대하는 거 조차 귀찮고 버겁고 그냥 다 싫은데, 나도 그렇고 다른 식구도 그렇고 약은 안 먹을 순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몇 달에 한 번씩 약국과 전화 통화를 갖는다.
(refill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문자로만 통보 받기 때문에 이 때는 통화가 필요 없음)
오늘도 약 하나 때문에 몇 번이나 병원과 약국과 전화를 했는지 모른다. 이게 또 웃긴 게 서로 분명 보냈는데 못 받았다고 잡아뗀다. 그래서 상대가 못 받았다는 사실을 내가 알리면 그냥 아무 소리 안 하고 다시 보내주면 되는데 그럴 리 없다며 다시 한번 더 받았는지 확인하라고 한다. 팩스는 이래서 믿을 수가 없다.
사실 당장에 pick up 가능한 약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거랑 병원에 요청하는 거 등등은 그렇게 어려운 영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일단 약국에 전화 걸어서 이름과 생년월일, 그리고 약 이름 대면 약사님께서 조회하시고 후속 조치에 대해 알려주신다. 주로 이건 refill이 다 떨어졌을 시 병원에다 요청해라 이 정도지 여기에서 더 어려운 건 요구하지 않는 편.
아주 가끔가다 보험 문제로 생각지도 못한 돈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약국이 아닌 보험과 관련된 거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내가 직접 보험사와 연락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 운 좋고 친절한 약사 선생님 만나면 약국에서 보험사와 직접 contact 하여 해결해 줄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듯.
그리고 보험사마다 지정된 약국들이 또 따로 있는데 보험이 변경되면 전화로 처방전을 옮겨서 일일이 해결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있다. 약국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으면 RX 넘버 쳐서 어찌어찌 간단히 해결되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어서 대부분의 약국 관련 업무는 거의 다 전화로 해결하는 편이다.
미국 생활 초반에는 "I'm dizzy"라는 문장도 못 만들고 어디 식당 가도 "컵 주세요" 이 소리마저도 못할 정도로 소심 그 잡채였는데, 이렇게 내가 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눈앞에 닥치니까 어쩔 수 없이 얼굴에 철판을 수백 장은 깔고 해결해 왔던 거 같다. 덕분에 영어 스피킹 향상 + 성향까지 변해버린 기이한 현상. 하지만 난 여전히 I.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병원에 요청한 처방전이 약국에 잘 보내어졌는지 아닌지 노심초사. 오늘은 전화 많이 걸어서 미안하니까 그만 이것으로 끝내고 내일 다시 할까 보다. 어차피 약은 주말에 찾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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