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깨 놓고 말하자면 영국을 제일 좋아한다. 원래는 독일이었으나 내가 만난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내가 친해지고 싶어서 먼저 다가가도 무시하고 쌩까고 어찌 보면 인종차별적으로 나를 대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로 바흐 음악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다른 바로크 작곡가들을 알게 되자 바흐 음악은 좀 우중충한 기분을 받아서 예전만큼 찾아 듣지는 않는 편.
나의 매일의 영적 상태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되도록이면 밝은 음악을 들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다. 이러한 기질들은 이탈리아 계 음악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는데 일단 제일 빠져드는 음악은 바로 비발디이며, 그 뒤로는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적이 있거나 영향을 받은 피젠델과 하세 같은 작품들도 좋아해서 찾아 듣곤 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진정한 첫사랑(?)의 시작은 바로 헨델이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중고등학교 시절 즐겨했던 세이클럽 아이디가 같은 85라고 gfhandel85일 정도. 헨델의 무슨 구석이 나를 이런 광팬으로 몰아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당시 나는 입만 열면 헨델이 좋다고 자주 고백하곤 했었다. 이러한 나를 보고 가까운 친구는 역경을 극복한 베토벤을 제일 존경한다고 편지에서 밝히기도 했었다.
잠시 음악 이야기로 세었지만, 헨델과 영국은 밀접하고 친밀한 관계가 있다. 비록 태생은 독일이지만 이후에는 영국에서 생애 절반 이상을 보내며 존경받고 사랑받아 결국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하였다. 심지어 그의 무덤조차도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의 코너에 위치하고 있고 알버트 기념 탑의 작곡가 조각상들에서도 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유럽으로 여행이나 이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런던으로 날아가 이 두 곳을 먼저 방문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사실 미국 동부에서 제일 쉽고 가깝게 갈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영국인데, 영어의 시작이 영국이니만큼 만약 영국으로 유학을 하더라도 언어에 대한 제약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크게 체감하지 않아도 되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영국영어와 미국영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점도 있고 악센트도 다르지만 금방 적응하고 극복하리라 생각됨)
하지만 영어는 나에게 있어서는 언제까지나 제2외국어이니 만큼 아무리 영어가 옛날에 비해 실력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아이엘츠 같은 영어능력시험을 반드시 치러야 하는 관문이 있긴 있다. 아무튼 이건 어디까지나 망상과 상상의 나래에 불과. 만약 짧게 여행을 다녀온다 치더라도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굳혀 있기 때문에 치안 면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조금 안전하고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본다.
독립과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결국 미국을 이끌어온 건 영국인의 후예들이 다수였던 만큼, 나는 이들을 통해서 희미하게나마 청교도 정신을 간접적으로 느껴본다. 비록 미국이 지금은 타락할 대로 타락했지만, 아직까지 사회 구조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그 뿌리 자체는 튼튼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이블 벨트 속에 오늘 하루도 무탈히 살아가고 있음에 또한 무한 감사를 느낀다.
사실 메트로 애틀랜타 대부분이 그랬듯이 내가 사는 이 지역은 원래 전형적인 미국남부 백인깡촌마을이었다. 사실 지금도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옛 시골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데 처음에 여기 정착한다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우리 식구 중 최소한 나는 이곳에 살면서 동양인이라고 사회적 약자라고 차별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좋은 이웃 분들과 관공서의 공무원 분들이 내가 도움이 필요할 시 한없는 친절들을 베풀어 주곤 하였다.
한국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을 겪은 것이다. 더 할 말들은 있지만 괜히 논란과 논쟁거리들만 부추길 거 같아서 이만 쓰기로 한다. 그래서 여기에서 내리는 결론은 역사 정치 이런 거 다 떠나서 적어도 내가 보고 느끼기에 두 섬나라 일본과 영국은 한 번쯤 방문하거나 살아봐도 괜찮은 나라들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건 국민성이 크게 작용하는데 독일 사람들에게 몇 번 당하고 나니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라이프치히에 대한 환상은 말끔히 사라졌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모쏠인 채로 미국에 계속 거주할 거 같은데 사람 일은 어떤 상황으로 또 어떤 새로운 인연으로 바뀔지도 모르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영어와 일본어 공부에 절대 게으름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해본다. 마무리는 오늘 바꾼 잠금화면 모습으로.
이 사진 보니까 진짜 런던 가고파~~
'It's My Life > 일상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런치스토리에서 못다한 꿈을 이곳에 (12) | 2024.10.06 |
---|---|
블로그 잡생각 (4) | 2024.09.21 |
티스토리를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생겼다 (0) | 2024.08.10 |
20240809 수고한 나에게 내리는 포상 (0) | 2024.08.09 |
자작시를 쓸까 해요 (1) | 2024.08.09 |